HOME어떤 소재로 소설을 쓸 것인가.
어떤 소재가 소설이 될 것인가.
소설로 귀결되어야만 하는 이야기 소재는 따로 존재하는 걸까.
방성식 작가의 소설 「옷이 걷고 싶다고 말할 때」는 빈티지 옷을 소재로 삼는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빈티지 샵을 기웃거리다 유튜버 셀비지 준을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주인공이 방문한 빈티지 샵처럼, 어쩌면 소설의 소재를 고르는 것 또한 비슷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세상에 존재하는 허다한 이야깃거리 중에서, 소설가는 소설이 될 만한 소재를 고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먼지 폴폴 날리는 빈티지 옷더미 속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처럼.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소재를 제법 잘 고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 로고가 딱지처럼 붙은 옷 대신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올드머니 룩이 뜨고, 가벼운 에코백이 유행하고, 빈티지가 하나의 대세처럼 자리 잡은 요즈음. 빈티지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독자에게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소재뿐만이 아니다. 캐릭터 또한 공감대를 준다.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과 빈티지 유튜버인 셀비지 준 또한 시대상을 잘 대변해 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렇게 찾아낸 빈티지라는 소재가 이 작품에 찰떡궁합처럼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허다한 빈티지가 있지만 유독 빈티지라는 소재가 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이유는,
작가의 말에 쓰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빈티지 옷과 패션에 꽤나 미쳐 있는 사람이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단순한 소재거리가 아니라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소재라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빈티지 옷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한 인간의 내적인 세계관을 이루며, 마침내 그의 현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에서 중독에 물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약간의 호러와 블랙 코미디가 조합된 듯한 오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면 해묵은 옷장에서 옷들끼리 소곤소곤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요즘 옷은 인간에게 아부히느라 가볍고 부드럽게 나오죠.
매일 돌려 입는 옷 대신 조금 색다른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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