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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존재가 품어야 하는 적정 온도는 몇도일까?

은하수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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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채권 추심인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서 채권추심인은 조폭이나 깡패, '악'으로 그려지고

채무자는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라든지, 어떻게든 빚을 갚겠다고 추심인에게 

싹싹 비는 '약자'로 묘사가 되니까요.

 

살짝 뒤집어 본 세상속에서 추심인은 다시 누군가의 채무자가 되고 악성 채무자는 추심인이 되고, 

채무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냉혈한'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추심인은

사실 그 마지막 순간에 전화가 연결되었던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 세상. 

 

이 소설 속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는 소설 속 세상이 아니라

목숨이 붙어있으니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그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인것 같아 일견 너무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삭막해지고 차가워지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소설 속 아무리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어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제 모습 같았어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수면 영양제를 부장에게 나누어줄 때 부장도 똑같은 영양제 종류를

내보이며 "효과있냐?"고 물어본걸 보면, 그들 모두는 아마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적정온도, 사람의 온기를 서로에게서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거겠죠...

생판 모르는 남의 체온을 매일 같이 빌려 살아가며 결국 그녀의 악성 채무자가 될지라도요...

 

 

차가워진 내 심장, 낮아져버린 내 체온을 올리기 위해, 

나를 살아있게 하기 위해 찾은 것이 "금전"을 지불하고 얻는 

생판 모르는 누군가(레모나)라는게, 

 

못 견디게 힘든 순간이 닥칠 때면 주변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돈을 지불하고 생판 모르는 누군가를 찾고 싶어하는 제 모습 같아서...

 

침대 밑에서, 나에게 체온을 나누어주던, 내가 비록 돈을 내고 시간을 샀지만

그래도 나는 특별할거라고 생각했던 레모나가 

결국은 '돈'을 받고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의 생계활동이었다는걸 주인공이 깨닫는 순간

엄청 울컥했어요... 

 

 

'살아있는'이라는 형용사가 '체온'이라는 측정가능한 형태로 환산된다면

지금 내 체온은 몇 도일까?

내가 살아있기 위해서 필요한 체온은 얼마나 될까?

 

소설을 읽으면서 내게 기꺼이 체온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내가 기꺼이 체온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온도가 아주 낮은 차가운 소설이라고 생각이 되었었는데

리뷰를 쓰다보니 뭔가 좀 따뜻해지는 신기한(?) 소설이네요. :)

좋은 소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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