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고래관광 유람선을 탔던 적이 있었다. 운 좋게도 그날 바다 가운데서 돌고래떼가 힘차게 유영하는 장면을 보았다. 유람선이 기울어지도록 관광객들은 뱃전에 몰려 함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놓칠세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고래를 찾아서』를 읽으면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22살 젊은 시절부터 고래잡이 배의 포수로 일했던 ‘박’의 일생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은 명성뿐인 포구와 주변의 공단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크루즈선의 젊은 선장과 선원들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박 포수의 지난날이 그의 고래에 대한 감정과 겹쳐 마치 성난 파도처럼 요동친다. 췌장암으로 죽은 아내와 강포수, 장포수, 김포수, 조포수, 황포수가 그 파도길 곳곳에서 부표처럼 솟아올랐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황순원의 장편소설 일월(日月)에 소를 잡는 도축업자의 얘기가 나온다. 그 소설에는 소를 잡는 도살자의 심리가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소를 잡는 가해자가 종국에는 소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바뀌는, 어쩌면 고래잡이 포수도 긴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 포수가 놈이라고 말하는 고래는 크루즈선에서나 볼 수 있는 돌고래떼 같은 종류가 아니었다. 집채만한 거대한 고래, 그건 환상에 가까운 집착과 같은, 그래서 결국 ‘박’은 황포수의 아들이 운항하는 불법포경선을 타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아간다. 소설의 결말은 박포수와 외국인 선원까지 합세한 고래잡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해경의 사이렌 소리와 만선의 뱃고동 소리, 붉은 선황기를 배경으로 담담한 표정을 짓는 ‘박’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고래잡이 묘사가 압권이고 여운이 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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