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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떡볶이를 사수하라

ams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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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는 사십대 초반에 이미 엄지손가락 마디가 틀어졌다. 식욕이 왕성한 아들 셋의 삼시세끼를 해대느라 그렇게 됐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정작 먹고 싶은 게 없다. 식욕이란 게 도통 안 생긴다는 것이다. 그녀는 맨날 키부스같은 알약 타령을 한다

그녀가 고문헌 연구회단원들의 식욕해방운동을 목격한다면 아마 밀고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찜과 조림의 차이를 연구하다 검거된 핵심 멤버 주희를 며느리로 모시기 위해 은밀한 지지 세력이 될지도 모르겠고

왜냐하면 그녀의 아들들은 갈비찜과 고등어조림이라면 사족을 못 쓰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취생 때부터 포만감과 영양소를 제공하는 알약을 상상해왔다고 한다

소설 고문헌 연구회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권력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하고 있는 악랄한 수법을 디테일하게 까발린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정치가 개입하고 글로벌 기업 키부시온이 경제를 지배하고 언론은 이에 영합한다

이런 식의 부정한 시스템에 분연히 일어나 저항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똑같다. 영욱과 주희 같은 대학생이다

그들은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식욕해방'의 그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시식회를 감행한다.

 

과연 500년 후에도 역사는 이런 식으로 반복될까. 작가의 상상이 그저 상상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고문헌 연구회에 입단해 기꺼이 방독면을 쓰고 시식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키부스 시대 이전 인류인 나에게도 떡볶이는 '소울푸드'​이므로 죽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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