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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언어유희의 가벼움,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역설의 미학

ams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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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낄낄거리다 소설의 중반부를 훌쩍 지나 우리의 주인공이 외계생물에 납치되는 장면까지 온다

뭐지? 이렇게 쌔게나가도 되는 거야

어쨌거나 스토리 코스모스는 순문학 우주 아닌가. 어쩌려고 작가는 스토리라인을 여기까지 빼는 거지.

 

우리의 주인공이 즐겨 하는 것처럼, 나도 드라마 << 구경이 >>의 배우 이영애의 대사를 읊조린다. “의심스러워.” 

그러나 비애가 뚝뚝 떨어지는 작가의 언어유희에 나의 전두엽은 일찌감치 안드로메다를 헤매 중.

나는 순문학에 목매는 우리의 주인공 신춘 낭인이

매달 억 소리 나게 벌지만 생긴 건 꼭 해산물같은 외계생물(판타지 소설)에게 어서 한방 날리기를 노심초사 기다린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의 주인공은 최고의 암흑 마법 주문 하이퍼 기가 브레이크!’ 한방으로 외계생물을 멸망시킨다

역시, 한방. 한방이 중요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은 한방치료도 받았다

참고로, 암흑 마법 주문은 보스 기질이 있어 루이보스 차만 마시는 장르 사부님한테 배운 것이다.

 

이쯤 되면, 소설 밖에서 좋다고 낄낄거리는 나는

소설 속에서 나는 존나 쌔다로 시작하는 판타지 소설에 눈을 못 떼는 서울대 공대 박사 과정의 사람처럼 맛이 간거다.

그는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나는 우리의 주인공처럼 신춘문예 낭인이라서.

소설 전두엽 브레이커는 순문학 하는 자의 비애와 좌절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린다.

그래서 이 참을 수 없는 말장난의 가벼움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통쾌 유쾌 상쾌하게, 그러나 쓰리고 아리고 고통스럽게 그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우리의 주인공은 등단 실패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반전의 묘미 정도는 가뿐하게 깃발로 꽂아 주어야 유영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코스모스 아닌가.

우리의 주인공은 식상한 순문학의 세계에서 기꺼이 미친 소설가가 되겠노라 다짐하고 외친다.

나는 전두엽 브레이커다!’

 

내가 주인공 앞에 우리의를 쓴 이유는 자명하다. 비애와 좌절과 다짐의 공유인 것이다.

마음 같아선, ‘나도 전두엽 브레이커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쪽으론 역량이 무한대로 달리는 관계로 그건 내게 불가능하다.

 

그저 나는 내 방식대로 순문학을 지키고 싶다.

그 방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 답변을 유보한다. 지금은

나만의 소행성에서 그 방식을 열심히 찾아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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