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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천성적 진솔함에 눈물이 난다

책물고기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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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의 에세이집을 읽고, 소설에 대한 그의 진지함과 진정성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설 말고 그의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나는 아직 작가가 아니다>라는 선언적 제목 속에

작가로서의 그의 진정성과 진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글을 만나는 순간, 진정 글 읽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나는 오랫동안 고독했다.

한때 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걸었던 남자가 추어탕을 먹으러 걸으면서 불쑥 말했다. 

"정말 큰일이야. 나는 문학으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데,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잡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지고 있으니.“

이미 두 번째 시집의 저자이자 연극작가인 그는 최근 소설집을 준비하고 있다. 

질문: 왜 쓰지 않아도 될 것들을 쓰면서 고통 받고 계신가요? 

쓰지 않으면 이 생애 동안 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징후들> 일부

 

그는 쓰지 못한 글 때문에 아무 때고 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정해 놓은 하루 분량을 채우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한 달씩 연락을 끊기도 했으며,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약속 때문에 외출을 하더라도 - 심지어 친지의 문상을 갔을 때에도 - 사람살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격식만을 차린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기 일쑤였다. 자신이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가끔은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철근 조각처럼 뻣뻣해지기도 했지만, 생계에 대한 강박관념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이유로 가난을 카인의 표지처럼 달고 다니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앉아 있는 시간들이 고스란히 흰 백지의 공포를 지워주는 것도 아니었다. 낚시꾼처럼 빈 공간 속에 미늘 달린 시선을 던져두고 신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기록>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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