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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은 우리에게로 온다.

ams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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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꺼지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소멸에 대해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유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인은 셰익스피어의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도 시인도 눈이 부시다. 

 


시는 후미진 장례식장 뒤편에서 시작한다. 


피가 튀도록 남자를 때리는 여자. 여자의 비통함은 남자에게 신발을 벗어 던지고 욕설을 퍼부어도 풀리지 않는 듯하다. 

남자는 여자를 부둥켜안고 울 뿐이다.
그들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백하건대, 나는 시를 잘 모른다. 무턱대고 어렵다. 


이미지로 시를 읽는 버릇이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이미지는 상상을 불러와서 좋다. 

남자와 여자는 부부일 것이다. 아이를 잃었을 것이다. 여자는 그 슬픔을 남자에게 토해내고 있다. 

스러지는 빛은 두 사람을 보듬지 못한다. 

 


가로등은 꺼졌다. 불빛은 어디로 간 걸까. 

불빛은 남자와 여자에게로 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비통한 광경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언뜻 무언가 떠올랐다. 


이 시의 이미지에서 생성된 소설 한 편을 쓰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시 읽기를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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