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데스밸리 판타지 : 2023-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작가의 말
소설을 쓰게 된 건, 아주 우연한 만남과도 같았습니다. 뚜렷한 영문도 모른 채 글을 쓰게 되었지요. 소설가가 되겠다는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 몇 년 동안 미국의 외진 소도시에서 지내면서 한국말을 지독하게 그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을까요.
그렇게 별다른 목적도 없이 매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잠이 들기 전까지, 시간이 나면 무조건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대개는 텅 빈 화면만 바라보다 끝나는 게 전부였지만, 간혹 저절로 차오른 글이 빈 화면을 가득 채울 때면 삶의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쓰고 또 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짧았던 글의 호흡이 점차 길어졌고 어느덧 단편 한 편의 분량으로 늘어났습니다.
그즈음, 푸른 도마뱀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그것은 현실의 차원을 넘어선 또 다른 세상 속에 존재했습니다. 아마도 감성과 이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지의 영역이랄까요. 신기하게도 삶이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카 계곡과도 같던 지난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다름 아닌 그 푸른빛을 지닌 환상성의 존재로 인해서였습니다.
데스밸리 판타지는 푸른 도마뱀과의 여정이 내 삶에서 부화된 이야기입니다. 그 여정을 통해서, 환상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환상성이라는 요소가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라 분명 삶 속에 실재하는 것임을, 때론 이성으로 가늠되는 현실보다 더한 현실이 되어 삶을 견인해 나가는 것임을,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삶의 길 찾기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층위의 경험들이 퍼즐 조각처럼 짜 맞춰졌으며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졌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도래했습니다. 오늘은 추웠다가 내일은 더웠다가, 여전히 불안정한 나날이 교차되네요. 그러던 중에 당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제 생일 달에 맞춰 들려진 소식이라 그런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어쩌다 나는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걸까. 조금 얼떨떨하면서도 긴장도 됩니다. 하지만 이제 제겐 새로운 삶의 목적이 생겼습니다. 비로소 소설가가 되어 보고 싶다는 소망이, 바로 그것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소설을 써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주어졌다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입니다. 우연하게 시작된 글쓰기가 어느새 제 삶의 전부가 되었네요. 성실히 읽고 쓰겠습니다. 제게 할당된 지면이 있다면 보다 풍요롭게 가꾸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