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타조에 대해 말해봐
작가의 말
책상 앞에 앉을 때면 뭘 써야 할지부터 생각한다. 그것이 쓰는 행위 자체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느껴서다. 물론 잘 준비되는 법은 거의 없다. 어렵게 그 과정을 통과해 쓰기 시작하더라도,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변명과, 어디에서도 거론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는 이상한 욕구와도 싸워야 한다.
그런 날이면 잊지 못할 악몽 같은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만일 어느 밤의 꿈들에 대해 쓴다면, 그건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 쓰는 책임을 일정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안도감을 느끼고 싶다.
이 작품도 그렇게 글 속으로 들어온 내 악몽들 중에 하나다. 그건 길고 긴 지뢰밭과 타조들이 나오는 꿈이었다. 너무 격렬해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옆 사람이 놀랄 정도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 꿈을 메모해두었고 몇 년이 지나서야 무심을 가장하며 첫 문장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작은 안락과 평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 전쟁을 몇 달째 지켜보면서 새삼 이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낭만적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감춰보려 애썼지만,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결국 있는 그대로 놓아두었다. 이 미숙함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