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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가리 판타지

소설 단편

박상우 2021-09-03

ISBN 979-11-920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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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남이섬 인근의 안반지 마을에서 잉태되고 부화된 소설이다. 겨울철마다 나는 극지방 분위기가 나는 그곳으로 소설을 쓰러 가곤 했다. 얼어붙은 북한강이 내다보이는 민박집에서 한 달이나 두 달 정도씩 머물며 힘겨운 창작의 나날을 보냈다. 저녁 무렵에 밖으로 나가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어둠에 파묻힌 넓은 공터를 산책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이상한 영감이 온몸을 사로잡아 집필 중이던 소설을 까맣게 잊게 만들곤 했다. 아픈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에는 당시 그 마을의 정취가 물씬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지금은 사라져 현실의 지도로는 찾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 소설로나마 당대적인 것을 남기게 돼 매우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인생은 겪는 것이라는 것, 다만 겪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 아프지만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왜 남편 얘기는 안 묻죠?”

“남편……?”

“보통은 그게 정해진 공식인데 당신은 마음을 많이 다스리는군요.”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듯 그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렇군요. 깜빡했네요. 다시 묻죠. 왜 남편은 보이지 않나요?”

“그 사람은 들러리라서 벌써 세상을 떠났어요. 술 처먹고 저 앞 강으로 나가 새벽에 빠져 죽었어요. 내가 아이 낳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죠. 그래서 아이는 아비를 잡아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살죠.”

“자살을 한 건가요, 아니면…….”

“자살도 되고 타살도 되죠. 시아버지가 나를 덮치는 걸 본 뒤부터 날마다 술을 마시고 괴로워 하다가 죽은 거니까…… 그냥 죽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죠?”

풋, 웃고 나서 여자는 단숨에 잔을 비운다.

“그럼 남편이 그렇게 죽었는데 지금 시아버지를 모시고 이렇게…….”

“모시고 사는 게 아니라 죽지 못해 데리고 사는 거예요. 그러니 저 영감탱이가 손님만 오면 안절부절못하고 나를 감시하느라 들락날락하는 거죠. 정말 팔자 한번 더럽죠?”

“데리고 산다는 건…….”

“뒈진 아들 대신 저 영감탱이가 내 남편노릇을 한다는 거죠.”

“…….”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네이버: 박상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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