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데뷔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스마트소설’이란 걸 청탁받았다. 스마트한 소설을 써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을 만한 분량으로 써달라는 뜻이었다. 그 뒤로도 짧은 소설을 쓸 기회는 심심찮게 들어왔다. 이미 단편보다 더 짧은 소설들을 가리키는 말로 엽편(葉篇)과 장편(掌篇)이 있는데도 어쩐 일인지 ‘짧은 소설’이라고만 했다. 콩트(conte)라는 전문적인 외래 용어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래전에 그 의미가 코미디 대본과 뒤섞여 버렸다. 왜 ‘짧은 소설’인가? 아마도 문학이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과제를 이런 방식으로 시도해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순문학(본격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그 깊이와 울림을 권해볼 괜찮은 방식 같다. 일단 읽혀야 한다. 葉篇과 掌篇은 읽히기 힘들다. 일부러 한자만 표기해봤는데 명색이 작가라는 내가 봐도 저런 이름을 달고 있는 글은 읽어보기도 전에 부담부터 온다. ‘짧은 소설’이 자기 영역을 더 활발히 확보해나가면 좋겠다.
[변구일] 아 씨발. 어떤 미친 새끼가 장난치는 거야?
변구일의 프로필 사진에는 살굿빛이 옅게 도는 도화지에 푸른색 선으로만 이뤄진 장미 한 송이가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었다. 장미 그림 때문에 나는 그가 냅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등장할 인물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살갗에 새긴 문신이란 게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시시포스] 지금 여기 모두가 당황스럽습니다. 서로를 위해 말투에 신경 씁시다.
나는 ‘말투’가 아니라 글투나 문투가 맞지 않느냐고 질문하고 싶었다. 첫인사를 사소한 시비로 시작할 필요는 없었기에 더 지켜보기로 했다.
[변구일] 니미 좆도. 웬 꼰대질? 시시포스? 정력제 이름임? 불만 있으면 지금 응암역 2번 출구로 오든지. 쫄리면 정력제 더 먹고 딸이나 잡으시고. 졸라 포스 있게.
변구일의 차진 욕설에 내 속이 다 시원했다. 나 역시 어딘가 콧대 높아 보이는 시시포스의 ‘말투’가 거슬리던 참이었다. 게다가 변구일이 ‘시시포스’에 force를 연결하며 공격을 퍼부을 땐 나도 모르게 콧물을 흘리며 웃어버렸다.
[안소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소미가 처음으로 메시지를 올렸다. 나처럼 변구일의 언변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틈을 주지 않고 안소미의 메시지가 한 번 더 올라왔다.
[안소미] 개드립 완전 쩐다.
2013년에 단편소설 「전복」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급소』, 『사이드 미러』, 장편소설 『캐스팅』이 있으며 제23회 한무숙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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