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디에스 이라이
작가의 말
슈퍼맨, 스티븐 시걸, 성룡, 브루스 윌리스가 악을 처단하고 다니는 걸 보며 자랐다. 이후 수많은 히어로들을 봐왔다. 이젠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 내게 어벤져스의 멤버들이 가진 능력과 사연들을 다 아는가 물으면 자신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심지어는 공허하다. 아무리 봐도 내겐 그냥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많은 악당들이 활개치고 있잖은가.
이 소설에는 악에 대한 심판관을 자처하고 자신을 희생해버리는 세 명의 우리 이웃이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악행이라기보다 이기적인 행동일 뿐인 이들을 상대해 이 세 사람이 가졌던 무서운 분노는 오롯이 내 안에서 끄집어냈다는 점을 고백한다. 그 분노가 살의와 가깝다는 걸 깨닫고 놀라고 괴로워한 적도 많다. 확 써버리고 나니 나는 일단 시원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도 이 이야기를 읽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면 좋겠다.
이렇게 적어놓고 끝내면 이 작가, 과연 안전한 사람일까 하고 걱정할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안심해도 좋다. 작가가 되기 위해 내 안에서 이는 극단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오래 마주하는 훈련이 되어 있을 뿐, 이런 감정을 이야기 짓는 일 외에는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사랑, 연민, 그리움과 같은 아련한 감정을 내 안에서 최대치로 끌어올려보는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