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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리포트

에세이 선택안함

박상우 2021-10-14

ISBN 979-11-9201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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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리포트는 SBS 창사 5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유라시아 대장정 10만 킬로미터』에 리포터로 참여하며 경험했던 시베리아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전생의 행로를 되짚어간 너무나도 소름 돋는 경험이라고 믿고 있다. 알타이 산에서 하산한 원시인류였던 한 개인은 중국 변방을 떠돌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현재의 터키 즉 아나톨리아 반도에까지 이른다. 이번 생에 나는 그 길을 계속 되짚어가는 기이한 여행 경로를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려나 인간 세상은 쉼 없이 변하지만 시베리아는 변치 않는다는 굳은 믿음이 있어 이 글을 되살린다. 개인적인 여행으로는 도저히 가볼 수 없는 곳들에 대한 견문록이니 나름 공유의 가치가 있으리라 믿는다. 남기고 싶은 소중한 사진들을 함께 수록하게 되어 기쁘다.

밤 10시경, 물에 불린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러시아식 사우나(바냐)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누웠지만 좀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식당으로 나가 이레나 박사에게 보드카를 서너 잔 얻어 마시며 아주 이상한 말을 나는 그녀에게 건넸다. 데니소바 동굴을 본 소감을 묻는 그녀에게, 그 동굴에서 한때 내가 살았던 것 같다는 말을 건넨 것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강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차분하면서도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I understand your feelings.

그런 감정을 넉넉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주 조용히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눕자 아득한 세월 저쪽, 구각을 깨고 비로소 자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내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첩첩산중을 빠져나가는 빙하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래오래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아, 그 옛날의 내 무덤은 어디쯤에 있을까.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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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 옛날의 내 무덤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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