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잠적은 잠적이 아니다. 구름이다. 잠깐 홀로의 섬, 파랑이다. 우리의 낭떠러지들은 어젯밤에도 슬펐다. 숲으로 호수로 섬으로 바다로 어느 소년의 눈으로 어느 소녀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사랑이 멸망하지 않는 한 우리의 피는 낭떠러지를 외면할 수 없다. 사막이 될 수 없다. 낭떠러지들을 다시 보듬어야 한다. 이른 아침, 사과를 씹은 치아들이 외치는 소리, 사과도 그 누구의 그림자도 잠적할 수 없다.
네 행위가 거짓 같아
네 말이 거짓 같아
이따금 나무와 꽃이 네 행위를 쥐어짠다
마을을 삼킨 침묵이 참혹히 비틀어져
작열하는 칸타타로
예배당으로부터 멀어진 십자가로
누군가를 일깨워줄 환각의 난간으로 내달린다
슬픈 사건도 검은 기억도 순식간 녹일
관능의 수면 끝으로
경남 하동 출생
2010년 《시와 세계》 등단
시집 『화몽(花夢)』 『붉은 첼로』 『파랑의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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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햇빛지혈 그리스 노을 박원장과 여우가방 소나기 1976년 팔레놉시스 그라비올라 신불산 단풍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