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래 살면서 촉을 갈자던 사람은 떠났다.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었다.
포기되는 것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을 살고
접어두었던 책의 갈피를 찾아 다시 읽고
통점을 만져보며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 오후 바람의 음계는 크로아티안 랩소디
내전의 먼지구름과 총소리가 두려워
지하실에서 피아노 건반만 두들겨 댔다는 막심무라비차
고양이처럼 예민한
그 야윈 남자의 손가락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 혹은 음악
무거운 구름장과
성벽의 차가움, 빈 벌판을 달려온 리듬이
말라붙은 잡풀 아래
하얗게 누운 소금의 적막을 깨트린다
경기 이천 출생
2001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음표들의 집』 『흰 말채나무의 시간』
thelilycks@naver.com
장미의 경계
구름 마을에 터를 잡다
여름의 입구
팔각백자철화매죽문각병
구름버섯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
먼 산 위의 구름 같은 약속
서해 근처, 11월
진흙 구름 뒤에 숨다
나의 연애는 현재 진행형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