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길어지고 싶은 날들, 공복에 처음 읽는 시가 일용할 양식이 될 수 없지만 낯선 공기를 흡입하게 되는 순간이길 바란다. 편견 속에서 시는 빛난다. 노래가 귀에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좋은 노래만 만나도 그날의 보람은 있다, 살 이유가 있다. 좋은 시 한 편을 읽어도 마음에 빛이나 어둠이 가득 차오른다. 시의 무늬는 살아 있는 리듬이므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모험의 전부를 건 하루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생각에 빠져 젓가락을 나란히 나란히 놓고 있을 때, 젓가락만의 리듬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질문을 받았다. 그거 왜 누구 앞에 안둬? 손가락에서 피어난 젓가락을 누구 앞에 두지? 다른 방법이 없다. 문학주의자를 따라 문학주의자가 될 수밖에,
무슨 일 때문인지 꽃집 앞부터 정육점 앞까지
울면서 걸어갔던 반나절이 있었다
귀가 중인 사람들의 어깨와 귀가하지 못한 어깨가 부딪혔지만
나만 보였다, 남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음을
색이 달콤한 꽃은 인생이 쓰디쓰다는 것을 알고 있다
흔들렸던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죽비처럼 단단한 고요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찾아온다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중독성 슬픔』 『밥이나 먹자, 꽃아』 『포옹의 방식』 등이 있다.
미네르바 작품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poettree7@daum.net
눈에 관한 음반을 눈 오는 날 듣는 사람 간절함은 훔칠 수 없는 것 여전히 아린 빛과 어둠의 맛 울창 눈을 어쩌다 깊이 들여다본 후 네가 좋아졌다 다낭 책방 그 날의 기분을, 배고픈 아름다움을 앤의 다락방 봄밤, 냄비에 돌을 끓여 먹었다 저녁이 와서 당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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