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돌아보는 계절이다. 내 뒤에 서 있는 그림자는 여름일 텐데, 내가 돌아보면 나처럼 등을 보인다. 진저리치던 무더위의 시간도 뒷모습이 되면 그립다. 가을이 왔고 우리는 잠시 멀어졌다. 급히 놓고 간 킥보드처럼 여름은 나를 찾아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낯선 계절을 서서히 밀어낸다. 여름은 잘 보관될 것이고, 다시 여름이 올 것이고, 여전히 진저리를 치겠지만, 활짝 피어날 우리를 나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비지스의 할러데이를 흥얼거렸다
떠나자고 했다 비가 자주 내린다는 애틀랜타로
나는 진추하의 원 썸머 나잇이 흘러나오는
완행기차에 앉아있었다 비상하려는 새들의 초록초록한 날개소리
당신은 이명으로 나를 따라왔다 하얗게 지워진 초록이
차곡차곡 내 가방 속에 누워있다
땡볕을 짊어져도 숨길 수 없는 하지의 그림자
우리가 바로세울 수 없는 지구의 기울기
발정 난 고양이들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2006년 『현대시』 등단
시집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 『저기, 분홍』
wy127@hanmail.net
아케론의 강 애월 홍어 미늘 창녀 다녀가는 새벽 비 호모 센티멘탈리스 아랫도리의 기원 할러데이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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