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내게 물려주신 무형의 자산은 두 가지다. 다혈질과 가난이다. 살면서 가난은 어찌어찌 극복하여 절대적 궁핍은 면하게 되었지만 다혈은 아직도 유구하여 매번 말썽을 일으킨다. 다혈의 성정 때문에 나는 얼마나 관계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는가?
살아오는 동안 다혈 때문에 마음이 겪은 고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감정 때문에 타자들에게 입힌 상처는 다음날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와 나를 처참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질병과도 같은 다혈을 좋아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 화끈해서 좋다, 뒤끝이 없다(이런 성정에 뒤끝까지 있다면 그것은 구제불능이다), 불의를 못 참는 의협심이 놀랍다. 등등.
세상에서 나같이 살아가는 자는 나밖에 없는 나는 나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쓴 바가 있다.
난쟁이들의 등에 난 혹을
사람들은 흉측하게 여겨
떼어냈으면 하는 발칙한 생각도
하는 모양이더라만 아서라,
혹을 캐내면 그는 죽은 목숨
뿌리는 그의 몸 전체에 뻗어 있다
누구나 존재의 혹을 지니고 산다
다혈질인 나도 내성적인 너도”
-졸시 「혹」 전문
「서랍에 대하여」란 시도 나의 성정을 가감 없이 밝힌 것으로서 나를 변호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렇다. 시단에서 내 별명은 ‘빙어’다. 그만큼 무엇을 잘 감추지 못하는 체질이란 뜻이다. 어쩌겠는가? 생긴 대로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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