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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하운드 : 2022-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정은시 2022-03-21

ISBN 979-11-9221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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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수상작

오래 전, 그레이하운드 버스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하필 범인이 중국인 이민자였다. 당시 나는 무료 구직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었다. 클래스에 동양인은 필리핀 여자와 나, 둘뿐이었다. 사람들은 종일 그 이야기만 했다. 이상하게 주눅이 들어 눈치를 봤다. 그러다 불쑥 “I feel sorry for…….” 했다. “For what?” 강사가 물었다. “동양인 이민자인 게 왠지……” 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범인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아무리 골백번 생각해도 정말이지 천치 바보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이국에서의 삶은 그런 거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오늘 또 떠날 궁리를 할 것이다. 찰스든 찰리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나중 문제다. 그러나 그 ‘나중’에라도 담배 한 개비를 나누는 손이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그냥저냥 굴러가지 않겠는가. 그냥저냥 굴러가는 삶에도 목적지는 있을 것이고.

이 소설은 그런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십년 전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짐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그것은 그레이하운드의 911테러 같은 거였다. 동양인 이민자가 중국식 칼 차이다오로 옆 좌석 백인 청년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범인이 피해자의 목을 잘라 운전석으로 내던질 때까지 승객 중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이전까지 그레이하운드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중 하나였다. 북미 전체가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을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범인은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중증 조현병 환자였다. 그는 교도소가 아닌 일급 정신병동에 격리되었다가 7년 뒤 풀려났다.

남자는 한손으로 배낭끈을 꽉 쥐고 다른 손으로 버스표를 내밀었다. 운전기사는 남자의 손등에 도드라진 푸른 힘줄을 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이스하키선수처럼 어깨를 넓히고 자신의 가슴팍께 오는 남자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보기에 따라 위협적으로 느낄 수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말투만큼은 깍듯했다.

“배낭은 짐칸에 안 넣으십니까?”

“네. 안 넣습니다.”

남자가 짧게 대답했다. 배낭은 좌석 위 짐칸에 두어도 될 만한 사이즈였다. 운전기사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버스표에 목적지가 적혀 있었지만 운전기사는 굳이 확인했다.

“종착역이요.”

2011 The Winnipeg Public Library 출판물에 영시 발표

2018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검은 시계가 있는 정물> 가작

2019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하이웨이 씩스> 우수상

2022-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발굴공모전 소설부문 당선

웹북 ​​『그레이하운드』 『호저클럽』​출간 

현재 캐나다 밴쿠버 거주

 

amsjung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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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가운 입김이 그레이하운드에 서려졌다 솔트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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