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글은 항상 깨지기 쉬워 보였습니다. 어떤 날은 활자가, 책장이, 책이, 아니 세상 전체가 마구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빛을 비추면 반대편 활자가 보이는 얇디얇은 종잇장이 자꾸만 절 생채기 냈습니다. 당선 연락을 받기 전날까지 저는 그 연약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문장들이 끝내 어딘가에 닿기는 할까, 그 종착지가 궁금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시작했습니다. 제 문장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기를, 조그마한 마음들에 계속 닿아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알 수 없는 종착지를 향해 끊임없이 길을 헤매겠습니다.
흔들리는 활자를 따라 읽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글을 쓸 때면 차가운 무릎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우리 집 고양이 김양순씨, 내가 주저앉을 때마다 같이 쪼그려 앉아준 사랑스러운 사람, 그래도 난 계속 네 글을 읽고 싶을 거라고 끊임없이 얘기해준 친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번지는 빛 아래에서 흐늘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계속해 보겠습니다.
하란 씨한테 나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가 봐요.
……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요?
가끔, 아니 자주 생각했으니까. 내가 하란 씨의 섹스 파트너인지, 연인인지. 그냥 머물다 가는 바람인지. 뭔지 도통 모르겠다고요.
현주는 마구잡이로 말을 내뱉었다. 현주는 그런 자신에게 흠칫 놀랐다. 하란 앞에서 이렇게까지 상기된 적이 없었는데. 하란도 놀란 표정으로 현주를 바라보다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미안해, 미안해요……. 나도 서툴러서 그랬나 봐요.
서투른 사람이라서 그렇게 매번 아무것도 안 남기고 가는 거예요?
미안해요.
다음번에는 하란 씨 집에 초대해줘요.
응, 그럴게요.
오늘은 자고 가요. 내일 같이 출근해.
그래요. 그럼 칫솔 사러 갔다 와요, 우리.
하란은 현주를 토닥이며 품에 안았다. 그 탓에 하란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말했는지 현주는 알 수 없었다. 현주를 안은 하란의 상체가 잠시간 흔들리는 듯했다. 현주는 머리가 아픈 탓에 하란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둘은 편의점에서 칫솔 하나를 사 왔다. 현주와 하란은 꽤나 오래도록 양치를 했고, 입을 헹군 하란은 현주의 칫솔 옆에 자신의 것을 꽂아 넣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