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하란, Joo : 2022-2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작가의 말
제게 글은 항상 깨지기 쉬워 보였습니다. 어떤 날은 활자가, 책장이, 책이, 아니 세상 전체가 마구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빛을 비추면 반대편 활자가 보이는 얇디얇은 종잇장이 자꾸만 절 생채기 냈습니다. 당선 연락을 받기 전날까지 저는 그 연약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문장들이 끝내 어딘가에 닿기는 할까, 그 종착지가 궁금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시작했습니다. 제 문장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기를, 조그마한 마음들에 계속 닿아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알 수 없는 종착지를 향해 끊임없이 길을 헤매겠습니다.
흔들리는 활자를 따라 읽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글을 쓸 때면 차가운 무릎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우리 집 고양이 김양순씨, 내가 주저앉을 때마다 같이 쪼그려 앉아준 사랑스러운 사람, 그래도 난 계속 네 글을 읽고 싶을 거라고 끊임없이 얘기해준 친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번지는 빛 아래에서 흐늘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계속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