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표피에 있는 무늬들, 그건 바람이 비껴 간 흔적이겠지. 비껴간 일들이 없다면 어떻게 한 줄의 문장이 네게 얼룩질 수 있었을까.
흔들린 일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자유가 깃들 수 있었을까. 주변을 중심이라고 즐거운 오해를 했고 내 옆을 상대들의 곁이라고 행복한 착각을 했다.
하나의 의문이 고작 수만 가지 대답을 불러왔다.
뒤늦게 첫 시집이라는,
처음이 생겼다.
높아진 만큼 불안해지는 사람
위로 올라갈수록 위태로운 사람
높이 올라갈수록 뛰어내릴 곳이 많아진다
텐징 노르가이, 라는 사람
높은 봉우리를 최초로 정복한 산악인들보다
먼저 올라가서 줄 묶어두고 기다려준 사람
저만치 위에서 내려다보며 최초로 올라오는 사람들
사진 찍어준 사람이 늘 궁금했는데
산소통도 아이젠도 등산화도 없이
최초보다 늘 먼저 올라가서 기다려준 사람
산악인들
무산소 다이버들
스스로 뛰어내리고 올라간 그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높이 올라간 사람
자신을 믿는 자신이 거느린 사람은
맹목과 맹신을 또 거느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먼 곳에서 가까운 사람을 껴안고
사방으로 날뛴다
서울 출생
서울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9년 『시작』 으로 등단
hmh50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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