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이 도시 외곽에 있었다. 시내를 빠져나가 외곽의 순환도로로 달려야 닿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 차선을 골라야 가장 빠르게 직진할 수 있는지 어느 신호등이 어떤 타이밍에 바뀌는지 알게 되었다.
앞차와 간격이 있으면 좁혔다. 습관적으로 추월을 했다. 상사의 차를 기어코 추월했다가 도착해서 한 소리 듣기도 했다. 어렵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그곳에서 삼 년을 일했고 직장이 바뀌었다.
인생에서 추월자가 되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그 도로가 떠올랐다. 기어코 추월을 하는 차가 보였다.
여름이 가고 기러기가 날아오고 창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서늘해진 공기에 놀라 문을 닫으면서 한 시기가 끝난 걸 알았을 때 되돌릴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뒤미처 떠나지 못한 여름철새가 얼음판 위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상상하며 썼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상은 검은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다. 도로에서는 F1에 나간 것처럼 추월을 용납하지 않았었다. F1 경기는 어떤 기분일까. 앞차가 있다. 앞차를 앞지르기만 하면 된다. 브레이크를 되도록 밟지 않는다. 앞에 있는 차들은 모조리 앞지른다. 그리고 제일 먼저 결승선에 들어간다. 돈을 받는다.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꽤 좋은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아. 미수는 웃으며 커피에 손을 뻗었다. 내 거야, 버럭 외치는 상의 목소리에 뻗은 손이 움찔했다.
“깜짝이야, 뭐?”
“내 거라고. 만지지 말라고.”
한때 상은 미수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내 거야.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미수와 상은 스포츠카의 뚜껑을 열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궁수자리의 긴 활을 짚어주다 말고 상은 초조하게 물었다.
“자기 누구 거야?”
벌레 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음 가운데 속삭이는 상의 목소리는 선명했다. 미수는 어둠 속에서도 초조함이 드러나는 그의 얼굴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말해 봐. 누구 거?”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미수는 힘주어 발음했다.
“니 거.”
그는 뿌듯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같은 답이 되돌아오면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침탈한 땅을 확인하는 영주처럼 그들은 내 거야! 라고 말하며 서로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상에게 속한 모든 것들, 그러니까 그의 차, 그의 몸, 그의 시간이 미수의 것이었다. 오픈카에 앉아 도로를 질주할 때 쏟아지던 눈길들에 그랬던 것처럼, 미수는 그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무 의심을 품지 않았다. 마치 노력을 기울여 받은 대가처럼.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