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R300
작가의 말
거의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도시는 뭔가 너무 많습니다. 사람, 차, 범죄자, 비닐봉지 등 뭐든 많습니다. 주말에 종로 거리를 아무와도 부딪치지 않고 걷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커피전문점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앉고 붐비는 엘리베이터와 전철 안에서는 그들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피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2019년에 이 소설을 처음 썼을 때의 생각입니다. 놀랍게도 지금은 과거형으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1년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 이야기가 마치 오래된 미래처럼 익숙하게 여겨졌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조금 다듬어야 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이제는 어느 정도 그리워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많이 바꾸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이 있든 없든 함께 사는 삶에선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변하지 않는 지점에서 이 소설 「R300」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