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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름은 반다 : 2022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서애라 2022-11-23

ISBN 979-11-92211-53-4(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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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진건 신인문학상 수상작

반다와 몰루카는 바다에서 태어났다. 구글 지도를 켜고 대한민국을 축소해 보자. 남쪽 바다로 내려가 보자. 거대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이르기 전에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면 확대한다. 땅 위의 활자들은 신경 쓰지 말고, 해협에서 글자가 솟아나는 것을 지켜보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테레사가 뱃속의 꾸르륵거리는 소리에서 태어난 것처럼 반다와 몰루카는 구글 지도에서 태어났다.

바다에서 태어난 여자들에 대해 구상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정하는 일은 돌고래 소리를 사람 소리로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그들은 결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이름이어서는 안 되었고, 동시에 현실의 어떤 면에 대한 유비를 담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간 존재인 동시에, 바다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육지의 삶은 가혹한 중력을 견디는 일이다.

이 소설을 완성한 뒤에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고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내 소설과의 유사성을 발견한 것은 대가의 이야기를 닮고 싶은 마음 탓인가 했다. 그런데 그 한참 뒤에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다가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인어공주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평했던 것을 알았다. 바다로 돌아간 바다의 여자.

인어공주는 사랑과 이주에 대한 원형적 메타포가 아닐까.

내 자전거가 개천 둑에 쓰러졌다. 나는 어깨와 팔이 붙들려 다리 아래 풀숲으로 끌려갔다.

“오빠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냥 과학적인 궁금증이 일어서 그런 거야. 팬티만 조금 내려서 볼게. 관찰이야, 관찰은 하나도 안 아파. 걱정하지 마.”

눕지 않으려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누군가 내 이마를 바닥으로 눌렀다. 내 머리가 풀 속으로 들어갔다. 청바지 단추를 푸는 손은 여러 개였다.

“야야, 개구리 똥꼬 본 적 있냐? 난 그런 거랑 비슷할 거라고 본다.”

“난 얘보다 얘 아빠 꺼가 보고 싶은데. 인어랑 할라면 특이해야 할 거 같은데.”

“개그맨이냐? 존나 웃겨.”

그들은 계속 웃고 있었다. 왁자하게. 전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도 망을 보지 않았고, 아무도 조심하라는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마른 풀이 코로 들어와서 발을 차며 일어나려 했지만, 내 몸을 붙든 손들에 힘이 더 들어갈 뿐이었다. 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누구도 그 말에 대꾸해 주지 않았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엄마의 짙은 피부에는 투명한 비늘이 덮여 있었다. 하얀 꼬리를 흔들며 엄마가 내 주위를 돌았다.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작은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정우, 이 개새끼야. 선생님한테 다 일렀다! 지금 오고 있다! 울 할매한테도 다 일렀다. 너거 전부 쥑이삔다 캤다!”

2022년 현진건 신인문학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웹북 『엄마의 이름은 반다』 『당신이 잠든 동안』 『운다고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출간 

 

seoerazade@naver.com

 

 

엄마의 이름은 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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