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엄마의 이름은 반다 : 2022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작가의 말
반다와 몰루카는 바다에서 태어났다. 구글 지도를 켜고 대한민국을 축소해 보자. 남쪽 바다로 내려가 보자. 거대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이르기 전에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면 확대한다. 땅 위의 활자들은 신경 쓰지 말고, 해협에서 글자가 솟아나는 것을 지켜보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테레사가 뱃속의 꾸르륵거리는 소리에서 태어난 것처럼 반다와 몰루카는 구글 지도에서 태어났다.
바다에서 태어난 여자들에 대해 구상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정하는 일은 돌고래 소리를 사람 소리로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그들은 결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이름이어서는 안 되었고, 동시에 현실의 어떤 면에 대한 유비를 담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간 존재인 동시에, 바다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육지의 삶은 가혹한 중력을 견디는 일이다.
이 소설을 완성한 뒤에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고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내 소설과의 유사성을 발견한 것은 대가의 이야기를 닮고 싶은 마음 탓인가 했다. 그런데 그 한참 뒤에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다가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인어공주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평했던 것을 알았다. 바다로 돌아간 바다의 여자.
인어공주는 사랑과 이주에 대한 원형적 메타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