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 : 2022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소설 단편 수상작

요술펜 2022-11-23

ISBN 979-11-92211-52-7(05810)

  • 리뷰 3
  • 댓글 1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2022년 제14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서른 초반의 남자가 야간경비원 일을 하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요양원에서 살고 있다. 병원장이 먼 친척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결코 포장이 안 되는 가족사 즉 불행의 전형 같은 그들의 처지를 병원장이 봐준 것이었다.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매일 동쪽으로 난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만 있고, 남동생은 오랫동안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을 앓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남자는 대학교를 중퇴한 후 그런 가족을 돌보고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던 동안에는 기상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동아리에 가입했었다. 그곳에는 안젤라라는 외국인 여학생도 있었다.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야간에 병원을 순찰하다가 안젤라를 다시 만났다. 안젤라는 미혼모였다. 남자는 자신과 다를 바 없이 가엾은 안젤라에게 동류의식을 느꼈다. 그 마음을 알아챘을까. 몸조리를 할 곳이 없던 안젤라가 막무가내로 남자네 가족이 얹혀사는 요양원에 들어왔다. 그렇게 안젤라와 그들 가족은 같이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안젤라와 동생은 동갑이었고, 둘이 서로 뜻이 잘 통했다. 일하느라 바쁜 남자를 두고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안젤라. 둘 사이에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사람의 관계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 아닌가.

동생은 그날 밤을 특별하게 기획했다. 병실이 아닌 진짜 집에서 진짜 여자와 함께 영화를 보겠다던 동생의 말은 사실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어떤 일을 벌였다. 동생의 계획대로, 동생의 거시기가 발기했다. 안젤라는 동생의 물건이 발기하는 과정 전부를 영상에 담았다. 안젤라에 의하면 동생은 그 순간에 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그곳이 멀쩡하게 일어서 하늘을 향했다는 것이 통쾌해 미친 듯이 웃었다고, 다음 생에는 다르게 살겠다고 중얼거렸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고 했다.

동생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이상 증세였다. 의사가 안젤라를 추궁했다. 안젤라는 동생이 와인밖에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이크를 안주 삼아 와인을 포도주스처럼 들이켰다고. 의사는 안젤라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경찰을 불렀다.

안젤라는 조사를 받았다. 동생에게 와인을 주는 것은 범죄 행위라는 형사의 말에 안젤라가 둘에게는 축하할 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인터넷에 올린 둘의 동영상이 대박을 쳤다고 했다. 안젤라가 무죄로 인정된 결정적인 증거는 동생의 기록이었다. 동생은 노트북에 그날 밤의 계획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써두었다. 유언처럼.

안젤라는 내게 동생이 부자라는 것도 알려줬는데, 믿기지 않았다. 그러자 안젤라가 거래내역이 찍힌 문자를 보여줬다. 동생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일억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계약금은 별도로 받았다고 했다.

동생이 만든 몇몇 동영상이 스테디셀러라고 했다. 그러니까 안젤라를 만나기 전에도 후에도 동생은 많은 돈을 갖고 있었단다. 안젤라에게 건넨 돈만으로도 내가 점찍어두었던 빌라를 사고도 남았다. 나는 동생에게, 형이 나중에 살면 어떻겠냐며 그 빌라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정말 자그마한 빌라였다. 동생은 왜 내 소망을 외면했을까.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바닷가에 고양이의자가 있었다」가 당선되었고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옥시모론의 시계」가 ​극단 연인에서 연극으로 제작 공연되었고, 2020년 소설집 『히포가 말씀하시길』​을 출간했다. 2022년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로 현진건문학상 대상 수상

 

macpen2011@naver.com

 

 

아침은 함부르크로 온다
심사평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3 서정성이 돋보이는 멋진 작품 Suk153 2023-06-03
2 '돌려차기'의 미학 ams 2022-12-20
1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 유니 2022-12-19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