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는 나의 소설 중에 ‘티셔츠’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다. 아니, 이유라기보다는 욕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나는 보통 이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 애초에 시작점이 달랐으므로 결과물 역시 그동안의 내 소설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결국 아쉽게도 나의 첫 소설집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 점이 언제나 미안했는데 이 소설은 저 혼자 영어로 번역이 되기도 했고, 지금은 이렇게 재차 발표의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 꿋꿋한 모습이 소설 속 두 자매와도 닮아있어 내심 대견하기도 했다.
결국 소설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별개의 운명체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나의 손에 있을 때 최대한 세심하게 보살피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만 다시 만났을 때도 미안하지 않을 테니까.
고마워. 잘 가, 또 보자.
내 폰 있지?
텔레비전을 꺼달라는 부탁이 아닌 듯했다. 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휴대폰은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