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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소설 단편

장성욱 2023-03-13

ISBN 979-11-92211-66-4(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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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는 나의 소설 중에 ‘티셔츠’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다. 아니, 이유라기보다는 욕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나는 보통 이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 애초에 시작점이 달랐으므로 결과물 역시 그동안의 내 소설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결국 아쉽게도 나의 첫 소설집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 점이 언제나 미안했는데 이 소설은 저 혼자 영어로 번역이 되기도 했고, 지금은 이렇게 재차 발표의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 꿋꿋한 모습이 소설 속 두 자매와도 닮아있어 내심 대견하기도 했다.

결국 소설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별개의 운명체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나의 손에 있을 때 최대한 세심하게 보살피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만 다시 만났을 때도 미안하지 않을 테니까.

고마워. 잘 가, 또 보자.

내 폰 있지?

텔레비전을 꺼달라는 부탁이 아닌 듯했다. 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휴대폰은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거기 돋보기 표시 눌러서 찾아보면 김부장이라고 있을 거야.

나는 언니의 말대로 김부장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찾았어.

전화를 걸어서 말 좀 전해줘.

내가? 열 신데.

괜찮아. 나는 못 할 것 같단 말이야.

뭐라고 해.

언니는 이제 회사 안 나간대. 개새끼야.

확실히 그런 내용이라면 밤 열 시에 말해도 괜찮을성싶었다.

진짜?

이대로 티셔츠 밖으로 나오면 다시 회사에 갈 것 같아서 그래.

언니는 이제 회사 안 나간대. 개새끼야?

응, 언니는 이제 회사 안 나간대. 개새끼야.

꼭 개새끼여야 해?

응 저스트 개새끼니까.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화해의 몸짓』

 

lounnico@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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