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순식간에 벌어졌다가 분명히 사라진 그 일이, 그 후로 내내, 점점 더 선명해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고, 게다가 시간이 이만큼이나,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불쑥 떠오르는 것입니다. 결국, 당장의 삶에서 꽤 중요한 일인데도 멈춰 버리고 멍때리는 척 물어보고 맙니다. 그런데 그때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랬을까.
소설을 써서 어딘가로 보낸 적이 많고 매번 아무런 회신도 없는 것으로 결과를 알았습니다. 반대로 제가 연락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서 진짜인가? 하고 의심하느라 하루를 보냈습니다. 축하한다는 제목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제 이 글을 씁니다.
기회를 주신 스토리코스모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는 그녀를 ‘홍 언니’라 불렀고 그녀는 나를 ‘폰 동생’이라고 불렀다. 나는 경기도에 있는 전문대를 휴학하고 강남의 한 휴대폰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녀는 같은 건물에 있는 ‘홍 찻집’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홍 씨가 아니고, 찻집 주인의 남편인지 애인인지가 홍 씨라던데, 찻집 이름 때문에 부르던 게 그대로 굳어졌다.
휴대폰 매장은 낮 열두 시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점심을 먹으려고 쏟아져 나온 근처 직장인들이 지나가다 매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시 반이 되면 거짓말처럼 한가해졌다. 사장은 두 직원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고, 세 사람이 돌아온 후가 내 차례였다.
매장 뒷문을 나가면 화장실과 비상계단이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끝에 창문이 나 있고, 그 아래 동그란 티 테이블과 1인용 낡은 소파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테이블 위의 재떨이가 넘쳤다 비었다 했으므로 건물 내 흡연자 중 누군가가 담배를 편하게 피우려고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나는 거기서 세 시쯤 점심을 먹었다. 가끔 도시락을 싸 가기도 했지만, 대개는 출근길에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한 줄 사 갔다. 그날도 거기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던 그녀가 대뜸 물었다.
“왜 맨날 혼자 먹어요?”
휴대폰 매장에서 일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동안 우리는 같은 식으로 여러 번 마주쳤지만, 알은체하지는 않았었다. 나중에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녀는 “네가 날 싫어하는 눈치였어”라고 했고, 나는 “언니 그때 좀 무서워서”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고, 겪어 보니 그녀는 스모키 화장이 쉬워서 자주 하는 것일 뿐,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다정한 축에 속했지만, 아무튼 서로의 첫인상은 그랬다.
“매장을 지켜야 하니까요.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니까, 번갈아 먹을 수밖에 없죠.”
나는 방어적으로 대답했는데, 그녀의 질문으로 내 상황이 창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그런 문제라면, 둘씩 먹어도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한 시 반쯤 지나면 근처 회사들 점심시간 끝나서, 폰 보러 오는 손님도 없지 않아요? 그래서 전에는 늘 한 시간씩 가게 문 닫아 두고 점심 먹으러 갔던 거고.”
그녀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로 사장이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도 매장 문을 열어 두는 거라고 했다. 유쾌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장이나 직원들에게 전처럼 매장 문을 닫고 나도 데려가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둘씩 먹으면 되는데. 한 사람만 따로라니. 차별이야, 차별.”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며 투덜거렸다. 그러나 나는, 차별이고 아니고를 떠나, 오히려 그편이 더 불편할 것 같았다. 셋 중 누구와도 친하지 않은데 단둘이 밥을 먹는 것 말이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