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글을 쓰는지도 모른 채 내내 글을 써왔습니다. 머릿속 작은 모조 세상의 이야기가 신경을 타고 내려온 듯 손가락이 글자를 옮겼습니다. 저만 아는 자잘한 생들을 외부로 꺼내놓을 의무가 있는 듯, 그리고 그 의무감을 즐거워하면서요.
하지만 막상 나 자신의 삶은 해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당선 메일을 받았습니다. 축하한다는 모든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옮겨낸 세상의 인물들과 그 이야기들을 옮긴 시간이 위로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위로와 애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야기 속 인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인물들이 존재할 수 있고, 이야기가 살아있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나를 42번 접는 날이면」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를 소원합니다.
“알아요? 종이를 42번 접으면 한쪽 면은 달까지 닿을 수 있어요.”
달을 향해 고개를 든 그가 말한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보내려 노력하던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다. 종이를 접어서 달에 가겠다니,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지상에 없다. 동화 작가 중에도, 우주 공학자 중에도.
내 머리카락이 그의 옷자락과 스치며 바스락 소리가 난다. 우리 사이에만 크게 울리는 소리다. 그가 더는 달을 보지 않고 나에게 시선을 두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냥 나도 그를 보기로 한다. 정말로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했으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얼굴도, 내 머리카락도. 우리가 걸터앉은 턱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달의 형태도 모른다. 오늘은 하늘이 어두워진 지 41일이 지난 밤이다.
그의 손을 잡고 ‘지금 몇 시인지’ 묻는다.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거나 시간을 가늠하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오후 11시 18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태양이 꺼지고 달도 빛나기를 그만둔 순간으로부터 41일하고도 17시 18분째다.
지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대지가 바닷물에 적셔지거나 잠기고, 크고 작은 질병이 번지고, 해충이 식물을 죄 갉아 삼키고…… 다른 지면을 디딘 자에게는 관련 없는 사건으로 여겨지던 문제는 결국 전 세계를 덮쳤다.
한때는 절망이 모든 사람이 아닌 극히 일부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절망에 익숙하다. 이 세상에 더는 빛이 떠오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여기지 못할 만치.
정말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기나긴 밤을 견디고 여명이 밝기를 기다렸는데, 그러지 않을 뿐이다. 세상은 종일 겨울이고 밤이다.
그리고, 그는 세상이 멸망의 줄을 당기던 순간에 이 땅에 내려온 외계인이다. 소복이 내려앉은 어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 그는 똑바로 걸어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삶과 하나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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