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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동안

소설 단편

서애라 2023-07-17

ISBN 979-11-92211-88-6(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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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는 영감의 원천이 뚜렷이 존재한다. 2022년에 <스켑틱> 잡지를 읽으며 시 한 편을 떠올렸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재독할 때마다 서늘한 공포가 조금씩 짙어지는 시이다. 아이디어 노트에 몇 줄의 간단한 구상을 써둔 것도 그때였다.

초고는 낸시 프레이저의 <좌파의 길>을 읽고 있을 때 썼다. ‘기술’과 ‘물질적 자본’ 같이 우리 삶에서 가치 초월적으로 여겨지는 요소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이데올로기라는 무서운(혹은 무거운) 진실을 접하는 동안, 사람의 형상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갔다. 가상의 앱 이름은 ChatGPT에게 조언을 구했다.

TDI(Targeted Dream Incubation)-‘맞춤식 꿈 배양’은 실제 존재하는 기술이다. 소설 속의 기술은 현재의 기술보다 좀 더 간편화되어 있을 뿐이다. 겉보기에는 환상과 약간의 블랙 유머로 이루어진 듯한 이 작품이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참고문헌을 밝혀둔다.

현실이 허구보다 무섭다.

애덤 호로위츠/로버트 스틱골드/안토니오 자드라 공저, 권오현 번역, 〈꿈 해킹 기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위험성-당신의 꿈을 해킹하다〉, 《SKEPTIC Korea》 vol.29. 2022. pp.26-43.

“세타라는 회사는 진짜 존재해요. 지금 주식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때 주식을 사신 겁니까?”

“내가 그때 주식을 샀다면 뭐하러 꿈자리를 팔았겠소?”

사장은 회한에 차서 눈을 지그시 감고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작게 읊조렸다. 눈을 뜬 사장이 그에게 물었다.

“자각몽 훈련법이란 것을 아시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군대에서 배운 거지.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하고 악몽에 시달렸소. 갈빗대가 부러져 군병원에 입원했을 때, 군의관이 알려준 거요. 악몽을 덜 꾸게 된다더군. 엄마는 앱을 지웠지만, 이번에는 내가 깔았소. 내 목표는 광고나 보고 할인쿠폰이나 받는 게 아니었소. 앱을 해킹할 생각이었지. 나는 사용자 측에서 해킹해 들어갈 방법이 반드시 존재할 거라 예측했소. 그리고 예측이 거의 맞았지. 성공하는 데는 거의 2년이나 걸렸지만 말이요.”

사장은 거기까지 말하고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몹쓸 분노로 행한 일이었어. 누구라도 증오할 대상이 필요해서 말이요. 그런데 그들이 내게서 가치를 발견했지.”

사장은 바지에 붙은 풀씨를 털어내더니 절뚝거리며 내려가는 길 쪽으로 돌아섰다.

“여기까지요.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그는 사장의 옷소매를 덥썩 쥐었다.

“꿈자리를 파는 법을 알려주고 가셔야죠. 저는 절박해요.”

“모르겠소? 당신에게서 가치를 발견하면 그들이 저절로 나타날 거요. 당신이 팔기 싫다고 해도 사들일 거란 말이요.”

2022년 현진건 신인문학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웹북 『엄마의 이름은 반다』 『당신이 잠든 동안』 『운다고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출간 

 

seoeraza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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