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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유우코의 마지막 어덜트 비디오

소설 단편

장성욱 2023-08-02

ISBN 979-11-92211-89-3(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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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유우코의 마지막 어덜트 비디오」는 내가 두 번째로 발표했던 소설(당시에는 다른 제목)이다. 청탁을 받은 나는 두 편의 소설 중에 무엇을 보낼까 고민했었다.

신인은 패기가 넘쳐야지.

고민 끝에 나는 이 소설을 고르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그때 함께 고민했던 다른 소설이 스토리코스모스에 올린 「티셔츠」였다는 사실이다. 두 편의 소설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당시 내가 쓸 수 있는 스펙트럼 양끝에 위치한 소설들이었다.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일란성 쌍둥이랄까.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나에게 첫 소설집을 내는데 어떤 기준점이 되어 주었다. 가상의 선 한가운데 등단작을 두고, 한쪽 끝에 「야마다 유우코의 마지막 어덜트 비디오」를 위치시킨 후에 그 사이를 채워가는 식으로 나름 첫 소설집을 구성해간 것이다. 그 다른 방향의 끝에는 「티셔츠」가 있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 소설은 첫 소설집에 싣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첫 소설집은 다행히도 문학나눔도서에 선정이 되어 전국 도서관에 보급이 되었다. 아마도 이 소설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혹시라도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덧붙이자면 이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전혀 없다. 모든 이야기에는 자신의 운명이 있는 법이니까.

나는 이제 더는 소설집의 구성이니 뭐니 하는 따위의 건방진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게는 더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 소설을 이렇게 다시 선보일 수 있어 다행이다.

말이 많아졌다.

촬영을 마치고, 감독에게 처음 치고는 괜찮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후부터 나는 K감독과 꾸준히 작업했다. 그의 주요 분야는 능욕물 혹은 치한물이었다. 스텝들 역시 막내인 나를 아니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조롱의 의미가 담긴 별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우씨하고도 작업했죠?

유우, 어떤 유우?

나는 부러 딴청을 피우며 마담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야마다 유우죠. 거의 고유명사잖아요. 어릴 때 엄청 팬이었는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야마다 유우. 백 퍼센트 M녀. 전설의 여배우. 버블경제 붕괴 후에 많은 여자들이 어덜트 비디오 업계로 흘러들기 시작했는데, 십중팔구는 야쿠자와 연계된 빚 때문이었다. 유우 역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데뷔 전 미팅을 한 K감독은 그녀를 불멸의 스타로 만들겠다고 얼굴까지 벌게져서 말했다. 전에 없이 흥분한 모습이었다.

검은색 비단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칼과 잘생긴 눈썹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 예쁜 얼굴이 분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드물긴 했지만 그 정도의 배우가 아주 없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몸매가 딱히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진짜 메저키스트는 능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받아들이는 거라고. 우리는 그런 걸 보여주는 거야.

감독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와의 만남이 감독의 머릿속에 있던 어떤 안전장치를 제거해버린 느낌이었다. 확실히 감독에게는 복안이 있었다. 야마다 유우의 데뷔작 제목은 ‘발견! 100% M녀’였다.

촬영장에 도착한 나에게 감독은 행위 중에 그녀의 머리칼을 자를 것을 주문했다. 최근에는 이발기를 이용해 아예 삭발을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금시초문의 일이었다. 당연히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감독과 실랑이를 벌였다.

너는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돈만 받으면 된다는 아니키는 어디 갔어?

그때 대기실로 유우가 들어왔다.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원했으니까요.

그녀의 동공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배우로서의 자신을 필사적으로 분리시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건 작품도 뭣도 아닌 단순한 포르노라고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었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화해의 몸짓』

 

lounnico@naver.com ​

야마다 유우코의 마지막 어덜트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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