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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숲 : 2023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강지선 2023-11-01

ISBN 979-11-93452-06-6(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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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누가 몰래 서점 책을 훔쳐 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일같이 방문해 책만 읽고 가는 여자가 있다. 여자를 의심하자 이번에는 서점에 없던 정체불명의 책이 나타난다. 대체 제멋대로 서점 책을 가져가고 자기 책을 갖다 놓는 작자가 누굴까.

나는 퍼즐을 좋아한다. “퍼즐은 명확한 답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방사형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퍼즐의 세계는 일직선이다. 모든 근거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혼란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쾌감이 있다. 입구와 출구.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대답. 같은가 다른가.”

하나의 책 속에는 하나의 삶이 담겼고 그 삶 속에는 이 세계의 비밀 하나가 담겼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책을 매개로 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세계의 비밀을 만나는 작은 모험담을 그리고 싶었다.

“교수님, 저번에 서점에 들르셨을 때요.”

“언제?”

“출국하신 날이요. 혹시 그때 놓고 간 책 없으세요?”

“책? 그랬으면 벌써 알았겠지. 왜?”

“누가 서점에 책을 놓고 갔는데, 처음 보는 책이더라고요. 제대로 양장한 책이기는 한데 간기면도 없고 아무래도 파는 책이 아닌 것 같아서.”

“파는 책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런데 제대로 양장이 되었다 이 말이지? 중세시대 필사본처럼.”

“중세시대까지는 아니고요.”

그러자 교수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자네, 버려진 책들의 도서관에 관해 들어 보았나?”

“버려진 책…… 이요? 헌책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전혀 달라. 베니스였나 밀라노였나. 아무튼 이백 년이 넘은 서점을 운영하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농담처럼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네. 오래된 도시마다 작가들의 실패한 원고를 수집해 책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도서관이 있다는 거야. 영국 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그렇게나 많이 쓸 수 있었겠느냐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했지. 아, 기억났다. 볼로냐였구나. 비고 페데르센. 베니스에 있는 동네 서점에서 나온 분이었어.”

“도시 전설이네요.”

이야기가 자꾸 다른 데로 새려고 해 적당히 말을 끊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교수가 책 주인이 아님은 확실했다.

어쨌거나 도시 전설 같은 일은 맞다. 설득력이 없지는 않았다. 서가에 놓아둔 『숲』을 바라보다 읽다 만 『등대로』를 펴들었다.

죽은 작가의 책이 더는 다니지 않는 증기 기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기차가 질주하던 시절을 상상하게 되고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이 기차는 이제 다니지 않는구나. 그러나 그 기차는 여전히 너무나 멋지고 멈춰 서 있는데도 질주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시계를 보니 이미 서점 문을 닫을 시간이 지났다. 램지 부인은 끝내 등대로 가지 못하고 죽었다.

2023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

 

ugroun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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