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창의력을 인간의 두뇌하고만 연관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도 진화의 산물이 아닌가. 처음엔 단순 계산만 하던 컴퓨터가 지금은 소설, 작곡, 그림과 대화를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유전자 프로그래밍을 이용하여 다윈이 말한 자연 선택의 과정을 거쳐 자신을 스스로 설계해 나간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육아 로봇이 직장에 나가는 엄마 대신 갓난아기를 키운다면? 상상했다.
자기 아이를 키우며 인간이 함께 성장하듯, 로봇도 아이의 성장과 함께 진화했다. 부모와 집으로부터 독립은 다 자란 아이의 세상 만들기다. 부모의 간섭이 이어지면 한 인간으로 온전한 독립은 어렵다. 이럴 때 직장인 엄마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보며 키운 로봇은 각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인간의 이야기에 들어있는 상징과 은유가 로봇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지? 로봇이 과연 상징과 은유를 온전히 이해하는지? 그런 게 궁금했다.
“준에게 가면 안 됩니다. 박사님.”
수니가 박사의 곁으로 다가와 커피잔을 채우며 말했다.
박사가 왜? 라는 눈으로 보자 수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수니, 무섭게 왜 그래?”
박사는 웃으며 말했다.
“수니도 로봇 수거차에 태울 생각입니까?”
수니는 어제 아침에 본 뉴스를 언급하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홀로그램 뉴스를 보았으니 당연히 저장했을 것이었다.
“다시 태어날 거야. 성능이 좋은 새 로봇으로. 넌 똑똑하니까, 윤회가 뭔지 알지? 비슷해. 로봇은 생산되고, 분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해.”
박사는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수니는 수거 트럭에서 해체되기 싫습니다. 다른 로봇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수니로 남고 싶습니다.”
“왜 남고 싶은 거지?”
남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준에게 우유와 이유식을 먹인 수니, 걸음마 할 때 따라다닌 수니, 함께 공부를 한 수니, 외롭고 슬플 때 준을 위로하고 안아준 수니, 모든 걸 준과 함께했고, 그때가 가장 기뻤기 때문입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