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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소설 단편

이순원 2024-02-18

ISBN 979-11-93452-27-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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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호수로 가 잠든다는 속설을 믿고 자란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설이 인연의 힘을 얻어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가 된다면 우리 주변의 호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호수는 그런 속내와 침묵과 영성을 숨기고 우리 주변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우리와 인연을 맺었던 존재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우리 주변에 함께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순수한 믿음을 지니고 한세상 살다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나는 지난번 수학여행 때 처음 대관령을 넘어봤다. 남쪽으로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경주까지 가보고.”

“난 여기로 이사 오자마자 남대천 물 말고 느림내 우리 집 앞으로 흐르는 물을 따라 경포까지 가봤다. 나는 그 물이 경포 호수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 물도 바다로 흐르더라.”

“호수는 호수로 흐르는 물이 따로 있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 있는 것은 물이든 뭐든 다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 물 따라 바다까지 내 발로 걸어가 봤는데도.”

“참 이상하다 니는. 호수보다 바다가 크구말군데.”

“대관령에서 내려다보면 바다가 땅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땅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 그러니 땅에서 무엇이 바다로 흐른다고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바다에 있는 물이 땅으로 흐른다고 생각된단 말이지. 어릴 때부터 땅보다 더 위에 있는 바다만 봐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그런데 호수는 그렇지 않고.”

“꼭 니처럼 말하는 건 아닌데 여기 어른들도 니하고 비슷하게는 말하는 게 있다. 사람이 소에 빠져 죽거나 논 한가운데 있는 수렁이나 저수지 같은 데 빠져 죽으면 시체는 그 자리에서 떠올라도 혼은 물 밑으로 난 숨길을 따라 경포 호수로 간다고. 그래서 어릴 땐 나도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초등학교 때 우리 반 한 애가 맴소에서 목욕하다 빠져 죽었는데 걔 혼도 숨길을 따라 거기 간 줄 알았고.”

“난 대관령 이쪽 사람들은 어디서 죽든 혼이 다 거기로 가 모여 있을 거 같은데. 산에 묻어도 비에 씻기고 물에 씻기고 해서.”

그때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무엇이 될까, 나는 죽어서 또 무엇이 될까, 저세상은 있을까 없을까, 호수로 모이든 바다로 모이든 그런 다음 우리 영혼은 또 어디로 갈까, 나이답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나무』 『워낭』 『벌레들』(공저) 등 여러 작품이 있다. 동리문학상, 남촌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lsw8399@hanmail.net​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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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1 모두 호수로 흘러가 잠든다는 위로, 그리고 애도 김유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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