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출산을 하고 갓 100일을 넘겼을 때였다.
왜 울고 있냐고 물었다.
아내는 말했다.
"내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이 허상이고 홀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난 예전부터 그렇게 믿어왔었으니까.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불러온 허구의 형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버텨냈어.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그럼 이 아이도 가짜라는 말이잖아."
나는 울먹이며 나에게 했던 아내의 말을 듣고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X에서는 그 누구도 늙어 죽을 수 없었다. X라는 곳 자체가 늙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였고 사람들이 죽음을 피해 찾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필립이 X에서 죽어가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떻게, 또 왜 X에 들어가게 됐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필립이 X에서 보여줬던 양보 없는 결기와 저항의식 때문에, 그가 원래부터 저명한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였을 거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상 X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한 종합일간지의 기자였다.
나는 그가 X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가 작성했던 거의 모든 기사를 찾아서 분석해보았는데, 뜻밖의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우리가 필립에 대해 알고 있는 면모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쓴 기사와 거의 똑같은 기사가 다른 언론사의 기자 이름으로 평균 15개에서 최대 28개까지 검출이 된 것이다. 그가 X에 처음 들어온 2029년 직전 3개년 치를 좁혀서 분석해보면, 필립은 해당 기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총 1,628건의 기사를 작성했는데 이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2~3건의 기사를 썼다는 말이 된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가 그만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매일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초인적인 역량으로 쏟아냈다고 봐야 하는 걸까. 수많은 언론사가 그의 기사를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베껴 쓸 만큼 가치 있는 기사를 그 정도로 생성해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정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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