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작가가 해발 1330m의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쿄쿄’라는 존재를 접한 뒤부터 시작된 일종의 메시지 소설로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었다. 이제 마지막 수정본을 스토리코스모스에 분재하게 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 ‘스토리코스모스’가 어떻게 작가에게 다운로드되고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전모가 밝혀진다. 아울러 스토리코스모스 플랫폼의 탄생 비밀도 공개된다.
7월 22일부터 집중 분재 시작 (매주 월요일 출간)
-1권 무료 열람
-200자 원고지 평균 100매 분량 각권 정가 500원
2005년 1월, 해발 1,330m의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나는 쿄쿄를 처음 접했다. 내 왼쪽 어깨 쪽으로 접속해 쿄쿄, 쿄쿄, 하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2007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영감의 다운로드가 시작되었지만 나의 부족한 받아쓰기 실력 때문에 숱한 문장들이 날아가고 엄청나게 많은 원고 매수들이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6년 거의 10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나의 받아쓰기는 완성되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는 망상에 빠져 망설임 없이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고 한 달쯤 지난 뒤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는 걸 자각하고 죽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출판권 계약기간 5년이 만료될 때까지 어느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내지 못했다. 내가 쓴 것처럼 위장한 그 소설로 인해 나는 용서받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5년이 지난 2021년 6월 나는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출판권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표를 위시한 관계자들이 작가의 심정을 넉넉히 이해해 출판권 일체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이 작품을 수도 없이 수정하고 출간 시기가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출간이 나의 무지한 작가적 욕망 때문에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걸 시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의 운명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4년 7월, 『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이 드디어 스토리코스모스에 공개된다. 2005년부터 시작된 기이한 가이드와 훈련을 거쳐 드디어 이 작품은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스토리코스모스 플랫폼에 이 작품이 자리잡게 되는 기이한 신비도 경험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지구상에 없던 단어 ‘스토리코스모스’가 세상에 나타나게 된 과정과 그것의 의미에 얽힌 우주적 배경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언어가 아니고 의미 또한 아니다.
요컨대 이 소설은 내가 쓴 게 아니다. 아니 내가 썼다고 말할 수 없는 소설이다.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의 뇌가 모조리 녹아버리고 텅 빈 해골 껍데기만 남겨진 것 같았다. 동공에도 힘이 풀려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렇게 3, 4분 정도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사로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물리적인 제재나 구속이 없음에도 통제는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텅 빈 나의 해골 껍데기 속에서 이상한 반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도 자유로워지고 감각과 신경도 원활해져 상황을 민감하게 감지했지만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쿄쿄…… 쿄쿄…… 쿄쿄……”
문득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허공에 믿을 수 없는 형상이 떠 있었다. 이상한 소리는 그 형상의 내부로부터 밀려나오고 있었다. 녹색과 은색이 혼합된 듯한 광채 안에 사람의 형상이 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람의 형상은 분명한데 실체가 아니고 전파를 타고 온 영상처럼 그것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는 동안 형상은 차츰 뚜렷하고 완전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나의 눈에는 그 형상이 십 대 후반쯤의 소녀로 보였다. 눈은 크지만 입술이 얇아 묘한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얼굴에 키는 150센티미터쯤 돼 보였다.
짧은 단발머리와 작은 신장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몸에는 은빛 실크처럼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천을 두르고 있었는데 옷이 아니라 그것도 에너지의 일종인 듯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점멸하고 있었다.
“쿄쿄…… 쿄쿄…… 쿄쿄……”
나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연해 들렸다. 소리는 맞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그것은 인간의 음성이 아니었다. 단발 소녀 형상을 관찰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단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다.
몇 분 동안 동일하게 되풀이되는 내재적인 소리로부터 나는 메시지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에너지로 전달되는 메시지라는 걸 알게 된 건 나의 귀가 아니라 나의 뇌가 그것을 수신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 그러니까 그녀가 나의 뇌파로 보낸 메시지를 최초로 해독하고 난 뒤였다.
그녀가 나에게 보낸 첫 번째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당신과 나, 이것은 3차원 우주에서의 첫 번째 만남입니다.”
-『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3권 중 일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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