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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아줌마 이야기

소설 단편

임재훈 2024-07-14

ISBN 979-11-93452-41-7(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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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동네의 모든 엄마를 아이들은 ‘아줌마’라고 불렀다. 꼬마들은 서로의 엄마들을 알고 지냈다. 동네 슈퍼마켓에 잠깐 심부름 가는 길에도 누구네 엄마, 누구네 아줌마 만나 인사하기 바빴다. 엄마들은 동네 아들딸들 태어난 날을 다 알아서, 자식 생일 맞은 집에 모여 애들 불러서 잡채며 떡갈비며 튀김이며 이런저런 음식들을 해 먹이고 사진을 찍었다. 소설 속 ‘두릅아줌마’는 나를 길러 준 모든 아줌마를 빚은 인물이다. 엄마가 그 아줌마들과 이웃이었던 시간이 나를 지금의 어른으로 키웠다. 우리 엄마를 ‘재훈이네 아줌마’라 부르고 따랐던, 그때의 모든 아이가 어딘가에서 좋은 아줌마, 좋은 아저씨로 나이 들어가고 있기를.

대학교 들어가고, 2학년 마치고 군대 가고, 제대해 복학생이 되고, 졸업 후 일 년 좀 넘게 취업 준비를 할 때까지 두릅아줌마를 자주 만났다. 오후 서너 시쯤 귀가한 날이면 어김없이 현관에 그 등산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반 머스터드 컬러. 흰색과 검은색 계통이 주를 이루던 우리 식구 신발들 틈에서 두릅아줌마의 신발은 눈에 활짝 띄었다. 엄마와 두릅아줌마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고 온 집 안에 두릅 향이 가득했다. 나는 그 향에 취해 내 방 침대에 누워 단잠에 빠지고는 했다.

우리 승진이 대학생 되더니 환하다잉.
군대 다녀오니까 아주 환해졌다잉.
졸업해서 그런가 더 환해졌어잉. 나중에 양복 입고 회사 다니면 얼마나 더 환할까잉.

마흔을 앞둔 캥거루족 싱글남을 보고도 두릅아줌마는 환하다고 해줄까. 내 이름대로라면 착실히 승진 스텝을 밟아 지금쯤 과장 정도는 되어 있어야 맞으리라. 국책은행 계약직으로 입사해 오 년이 걸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이 년쯤 일하고 나니 정규직으로 승격시켜준다고는 하는데 공채 정규직들처럼 승진 기회와 연봉 인상은 없다고 한다.

2023-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웹북 『공동​』​『주변인으로서의 작가』 『지진광』​ 출간 

 

jayjh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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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릅아줌마 이야기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김유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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