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으며 많은 종이 멸종했고, 멸종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멸종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려면 필요한 건 무얼까. 자연에 대한, 주변에 대한, 이웃에 대한,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절실하다.
이 소설은 소멸 직전의 사랑을 붙잡으려는 일종의 몸부림으로 시작했다. 더는 얼지 않는 저수지에서 빙어를 낚으려는 시도가 절망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119구급차 사이렌이 들렸다. 동두와 송미는 서로를 마주 보았지만, 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초록색 경광등을 켠 구급차가 빠르게 공소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덮쳐왔으나 동두는 애써 무시했다. 지갑을 챙기고 전등을 끄고 텐트 입구를 닫았다. 밤보다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은 저수지를 흘끗흘끗 보며 둑길을 따라갔다. 우산을 가지고 오는 것도 잊어버렸다. 빗줄기가 뺨을 때렸고 뻘 같은 흙이 발바닥을 자꾸 끌어당겼다.
“송미야. 조심.”
동두는 송미의 손부터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고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동두가 송미를 비췄다. 그녀는 입을 꾹 닫고 땅만 보며 걸었다. 둑길을 거의 다 빠져나와 조금만 더 가면 버스가 다니는 도로인데 송미가 주저앉았다. 고개를 무릎에 박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더는 못 걷겠다, 먼저 가라고 말했다. 동두가 그녀 앞으로 몸을 굽혔다. 그녀의 옆구리에 두 손을 끼워 일으켜 세워 끌어안았다. 송미와 동두의 체온이 서로를 덥혔다. 숨결이 서로의 얼굴에 닿았다. 둘은 오래도록 그대로 서서 비를 맞았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