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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문장2: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소설 장편 분재

박상우 2024-07-28

ISBN 979-11-93452-51-6(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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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과 평행우주적 구성이 차용되어 있지만 나는 이 소설을 SF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쿄쿄로부터 수신한 메시지의 내용이 철저하게 지금, 여기,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3차원 매트릭스의 전모를 일깨우기 위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전모를 내가 알고 썼을 리 없다.

이 소설의 영감은 주로 새벽 4시경부터 시작되는 명상과 그것이 끝난 이후에 시작되는 등산 과정 중에 다운로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운로드가 시작되면 그것이 어떤 상황이건 나는 동작을 멈추고 집중적으로 그것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받아적었다. 새벽에 등산하다 걸음을 멈추고 한 시간 이상 받아적기를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 주변에 그 메모장을 본 사람들이 적잖았는데 몇백 개인지 몇천 개인지 개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것을 다시 노트북으로 채록하고 소설에 대입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과정에 나의 작가적 욕망이 스며들어 원본이 오염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래서 수많은 오류 수정의 과정이 발생하고, 심지어 책의 전모가 수정을 요구당하는 아픈 세월이 바쳐지기도 했다.

스토리모스모스에 공개하는 이 판본이 마지막 완성본이길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다.

“소설은 소설입니다. 단지 소설일 뿐입니다. 그것 이상도 그것 이하도 아니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설에 대한 나의 욕망은 순수하고 정당합니다.”

“소설을 단지 소설이라고 믿는 건 그것의 완전성에 대한 신앙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소설이 그것 자체로 완전할 수 있을까요?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소설은 단지 수단이고 도구일 뿐입니다. 그것도 인간의 삶에 이바지할 때만 기능할 수 있는 수단이고 도구일 뿐입니다. 야구선수의 야구공, 축구선구의 축구공, 의사의 청진기와 다를 바 없죠. 그것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단과 도구의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됩니다. 난 소설이 독자에게 읽히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겸허한 소통의 수단과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자아를 벗어나 더 많은 자아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이야기 구조만 한 게 없으니까요. 소설이 허접한 욕망의 산물이 아니라 겸허한 정신적 구도의 결과물일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나는 이미 그 세계를 빠져나왔고, 더 이상 그 세계에 머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나는 소설에 대해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거죠.”

그 순간, 나의 뇌에서 일종의 버그가 일어났다. 그가 인류에 기여하는 수단과 도구로서의 소설론을 개진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지점에서 나는 왜 써니의 소설을 떠올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보나마나 술이 불러온 터무니없는 논리적 비약과 통제 불능의 상상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 씨발!”

그 순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 사로잡혀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써니의 증발 때문에 날마다 술에 의존해 살던 무렵이라 상태가 최악이기도 했지만 문필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이하게도 써니의 소설을 되새김질하게 만든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친 듯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써니의 소설 『제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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