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함에 올라 서해와 황해의 경계를 오가다 문득 고립에 대해 생각했다. 아주 잠시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노란 작대기 두 개를 머리와 가슴에 얹고 있는 내가 고립에 대해 깊이 골몰한다고 해서 항해가 짧아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전역하며 등화관제 탓에 유독 빛나던 밤하늘과 그때의 고립 또한 뒤로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잠시 생각했던 탓일까. 고립에 대한 상념은 풀다 만 택배 상자처럼 잊을만하면 눈에 밟혔다. 그래서 반쯤 화풀이하듯 상자를 풀어헤쳤다. 그렇게 내용물을 쏟아낸 뒤에야, 야심한 밤 졸음을 참아가며 바닷바람을 맞던 내가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토리코스모스를 통해 어쩌면 창피하다고 볼 수 있는 이십 대 초반의 찰나를 공유할 기회를 얻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정운은 영상이 끝나며 자연스럽게 멈춰 선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얼굴 전체 윤곽을 어렴풋이 보던 그의 초점은 점점 남자의 입으로 향했다. 남자의 입은 지겨울 정도로 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에서 잠시 아래로 꽂혔다가 다시 위로 향하는, 20시간 동안 지겹게 지어왔던 그 미소를.
그의 입을 한참 살펴보던 정운은 남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대한 답을 도출해냈다.
남자는 중력의 방향을 잊었다.
통창을 지난 일출의 아스라한 햇빛이 영상감독실을 나오는 정운에게 가닿았다. 정운은 햇빛을 좇아 지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넓은 초원에 군데군데 서 있는 발사대는 다음 운송단 발사를 준비하는 바쁜 움직임으로 어지러웠다. 여기는 비도 안 오나, 정운이 의문을 가졌지만, 발사대는 계속해서 솟구쳤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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