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안함
마지막 스윙바이: 2024-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작가의 말
인천함에 올라 서해와 황해의 경계를 오가다 문득 고립에 대해 생각했다. 아주 잠시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노란 작대기 두 개를 머리와 가슴에 얹고 있는 내가 고립에 대해 깊이 골몰한다고 해서 항해가 짧아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전역하며 등화관제 탓에 유독 빛나던 밤하늘과 그때의 고립 또한 뒤로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잠시 생각했던 탓일까. 고립에 대한 상념은 풀다 만 택배 상자처럼 잊을만하면 눈에 밟혔다. 그래서 반쯤 화풀이하듯 상자를 풀어헤쳤다. 그렇게 내용물을 쏟아낸 뒤에야, 야심한 밤 졸음을 참아가며 바닷바람을 맞던 내가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토리코스모스를 통해 어쩌면 창피하다고 볼 수 있는 이십 대 초반의 찰나를 공유할 기회를 얻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