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써 보자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의 자세는 ‘쓰는 시간을 즐기자’였다. 그러다 공모전 응모를 시작했는데 어느 틈에 ‘제발 한 군데 만이라도 당선 되자’로 바뀌었다. 당선 후에는 ‘더 많은 사람한테 인정 받자. 더 커지자.’가 되었다. 그러고 나니 쓰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즐겁자고 시작한 일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다시 즐거워지고 싶어서, 즐겁지 않게 썼던 원고지 70매 분량의 묵은 낙선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치고 30매가량을 새로 채워 ‘더 커지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지어 보았다.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은 삼십 대 초반의 남성 소설가였다. 스무 살에 등단해 서른이 되기 전 이미 큰 문학상 세 개를 수상한 스타였다. 그의 저서 십여 권을 출간한 대형 출판사는 ‘소속 작가’(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 ‘소속 가수’나 ‘소속 배우’의 용례처럼)의 저작을 홍보하고자 ‘트리플 크라운 소설가’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냈고, 몇몇 종합 일간지의 문학 기자들과 일명 ‘북튜버’들이 부지런히 받아 써 주었다. 심지어 외모까지 준수한 그 소설가는 방송국의 교양·예능 프로그램에도 곧잘 섭외되면서 점차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런 ‘인싸’가 서양화가 초요를 저격했다. 소설가는 ‘소속 출판사’(라는 표현도 가능할까? 가수와 배우의 소속사 개념처럼)의 공식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초요가 쓴 작가 노트의 ‘노란 숲’과 ‘숲속에서 수음하는 남성’ 이미지가 자기 등단작 속 설정과 유사하다면서, 꿈을 깨고 난 뒤 ‘누렇게 젖은 팬티를 씻는다’는 대목도 본인의 작품 속 문장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게재 시점이 공교롭게도 한 장애인 단체의 서울 시내 전동열차 점거 시위 개시일과 겹쳤다. 대중교통 시설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던 단체는 출퇴근길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주류 언론은 시위의 의도와 메시지보다는 공공질서 혼란을 야마로, 아니 골자로 삼았다. 기자들의 이슈몰이와 발맞춰 집권당도 논평을 내고 장애인 단체를 사회 불안 조장 세력으로 규정했다. 같은 당 소속인 서울시장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즉각적인 시위대 해산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시정(市政) 차원의 협상은 없을 것임을 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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