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 주겠다. 바깥세상에 너는 심각한 정신병자로 분류돼 있다. 아무도 널 찾지 않으니 넌 여기서 죽어도 그만이다. 그렇게 분류되었다는 건 이미 저쪽 세상과의 정상적인 교류가 끝장났다는 얘기다.”
“자신이 정상적이라고 믿는 모든 지구인은 정신병자들이다. 문제는 경계를 넘느냐 안 넘느냐 하는 것, 요컨대 척하는 것, 다시 말해 연기가 중요하다. 정신병자를 분석하는 의사들도 모두 정신병자들이다. 그들의 편견과 아집은 정신병자로 분류된 사람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덧붙인다.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에 꽂혀 균형감각을 잃은 정신 체계는 지구상에서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다. 대부분의 지구인은 미친 상태에 있다는 말이다.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존재들처럼 확실하게 미친놈들은 없다. 인간은 정상적인 정신 체계를 견딜 수 없게 만들어진 아바타들이다. 정상적인 상태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지구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말이다. 지구상의 모든 운영 시스템은 제정신이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지구상의 아바타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깨어나면 모든 인간이 초월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를 영적 포로수용소처럼 운영하는 외계 시스템이 있다. 기억을 소거 당하기 때문에 지구인은 자신의 영적 정체성을 알지 못한다. 지워진 기억을 되찾기 위해 많은 인간이 노력하고 있으나 그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아바타 육체로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이렇게 무섭게 조정당하는 지구인의 운명을 잊지 마라.”
“뇌를 믿으면 안 된다. 그것은 아바타를 조종하는 셋톱박스에 불과하다. ‘나’라는 자아의식도 믿지 마라. 그것은 망상이고 에고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너를 열고, 있는 그대로 외계와 소통해라. 모든 것의 시작도 그것이고 모든 것의 끝도 그것이다. 자아의식에서 깨어나면 3차원 우주는 자동 소멸된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