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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들: 2024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금이정 2024-10-16

ISBN 979-11-93452-74-5(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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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가 있고, 그만큼 다양한 마음이 존재한다. 나는 그 마음을 입에 머금은 채 글을 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

소설 안에 이런 문장이 있다. 구우면 담백하게, 볶으면 풍요롭게. 곱창에 빗대어 한 말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을 관통한다고도 생각했다. 때로는 건조하고 담백하게 하루를 살기도 하지만, 지지고 볶고 싸우기도 하며 뜨겁게 사랑하는 날들도 있지 않은가. 내게 소설은 삶이고 일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다. 그 세계를 마음껏 누비고 자세히 바라봐주길 부탁한다.

이 소설을 썼던 시기는 2024년 여름, 한창 방학 중이었다. 유독 덥고 치열했던 여름을 기억하며 나는 또 한 번 그 시기에 스며든다. 다음 여름에는, 이다음 계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제 책장을 덮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시간이다. 같이 가요 우리.

두 달 전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로 죽었다. 인천의 사거리에서 내가 모르는 여자를 뒤에 태우고 달리다가 차에 치였다. 그날은 남편이 가게를 쉬는 날이었다. 연락을 받은 순간, 손님 테이블에서 볶음밥을 볶던 두 손이 조금씩 떨려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핏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얗고 반투명하게 변해버린 것이 마치 굳어진 양초 같았다. 그건 아무런 온기도, 살아있단 감각도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시체였다. 그러나 옆에 함께 실려 온 여자를 보자,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끊어졌다. 간호사는 그녀가 오토바이의 동승자라고 말했다.
“아는 분이실까요?”

사십 년을 넘게 살며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또 한 번 죽일 만큼 미워해야 할지, 아니면 동정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이 주 전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자신이 죽은 여자의 애인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탔던 오토바이가 자신의 명의였으며 폐차하려 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함께하자는 것이 문자의 요지였다.

처음에는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정말 서류상의 문제와 폐차만이 여자의 목적일까. 또한, 내가 꼭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은 궁금증으로 변해갔다. 남편은 어떤 여자를 만났기에 잘 타지도 않던 오토바이를 탔고, 언제부터 그런 용기를 가지게 됐을까. 언제부터 시작된 관계일까. 그릇을 닦다가도 억울한 마음이 튀어나왔다.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중

2024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 

스며드는 것들: 2024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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