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십여 군데에서 줄줄이 낙선해 풀이 죽은 적이 있다. 마음도 허리도 빳빳이 펴지를 못했다. 아주 잠깐이기는 했지만 자기 비하도 심했다. 청승이 습관으로 굳을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청월마을에서의 결투」라는 이야기를 지어 보았다. 합평에서 까이고, 심술궂은 동기에게 ‘억까’를 당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문예창작학과 2학년생의 이야기. 쓰는 동안 이따금, 권투 영화 〈록키 발보아〉의 “얼마나 세게 때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얻어맞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대사를 구송했다.
과대표와 싸운 이유가 생각났다.
남자애들끼리 군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입대 시기를 서로 묻던 중이었다. 이 학년 마치고, 삼 학년 일 학기 끝내고, 아싸리 졸업 후에 등등. 그러다 과대표가 내게 시비를 걸었다.
“형은 안 가잖아? 색각 이상자는 현역으로 안 받아줄 걸?”
초코파이를 우물거리며 놈이 말했다. 책상다리한 녀석의 한쪽 무릎에 여자 후배가 노란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쓰러져 있었다. 과대표 입에서 떨어진 부스러기가 여자애의 모발 위에 비듬처럼 내려앉았다. 초코파이를 술안주 삼는 눈앞의 장면에 대한 역함을 참고서라도 똑바로 대면해 정정할 필요가 있었다. 병역 판정 검사의 신체 등위 규정에 색각 이상자 관련 조항은 없다, 몸 멀쩡하고 정신 또렷한 인간이면 다 현역병으로 지원할 수 있다, 내가 어련히 안 알아봤겠냐, 너야말로 열폭 성향이 강해서 신체검사 말고 심리검사에 부적격으로 걸려서 면제될지 모르겠다, 네 경우는 심층 면담까지 해야 할 걸, 열등감 콤플렉스면 군 생활이 쉽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사이사이 쌍소리도 섞었을 텐데 그런 세부적인 요소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선배도 아닌 게. 등단도 못한 게. 꼰대처럼 지적질은. 형이랍시고.”
과대표의 이 말이 마지막이었다. 멱살을 누가 먼저 잡았더라. 아무튼 민박집 안에서의 장면은 거기까지였다. 녀석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누워 있던 초코파이 후배의 머리통이 바닥을 찧었다. 쿵, 하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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