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 효과」는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인 「사슴 열병」을 다시 한번 읽어보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이전 작품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신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단편을 쓸 테고, 간혹 이전 작품에서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받을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제 모든 글을 읽도록 강제하는 작가가 되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건 형의 메시지 하나 때문이었다.
- 아내를 잘 부탁해.
뜬금없었던 새벽 1시의 메시지.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아 몇 번씩 뒤척였기에 겨우 볼 수 있었던 그 불길한 메시지에 나는 침대에서 허둥지둥 빠져나왔다. 대충 아무거나 옷을 주워 입고, 집에서 뛰쳐나와 택시를 잡고, 택시에 탄 내내 몇 번씩 형에게 전화를 걸고…… 걸쇠로 닫히는 걸 막아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가 본 건 공중에 매달린 시체였다. 잘 찾아내도록 미리 문을 열어놓았을까. 아무나 문을 열고 들어와 죽기 전에 구해달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나는 너무 늦어버렸고, 형은 ‘아내’를 나한테 맡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나라면 시끄럽지 않게 스피커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을까? 물론 내겐 그럴 의향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죽은 사람은 보내줘야 한다.
“형이 죽은 거 아시죠?”
“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내가 알던 형수의 것과는 달랐다. 형은 AI에게 어떻게든 형수의 목소리를 입히고 싶었겠지만 입력할 수 있었던 음성 데이터가 부족했을 테지. 이해한다. 그래서 이 물건은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된다.
“며칠만 더 있으면 가족들이 찾아올 거예요.”
“저를 제거하기 위해서요?”
“뭐가 되었든…… 형수님을 가만두진 않을 것 같아서 먼저 온 거에요.”
“도련님도 그러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나는 어떻게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걸까. 인간을 흉내 내는 AI 같은 건 없어져야 한다고 거드름을 피우기 위해서? 다른 가족들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 뭘 위한 건지도 모르는 복수를 위해? 단지 원망할 상대가 필요해서? 그런 것들은 차치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분명 있었다. 아주 잠깐 망설였지만, 나는 정적을 깨트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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