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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킴

소설 단편

임재훈 2025-02-09

ISBN 979-11-93452-91-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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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거나 그리 친하지 않은 타인(들)의 갑작스러운 사라짐이 어째서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 이유를 규명해 낼 지식도 자신도 못 가진 터라, 불가피하게 ‘계속 질문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인물들 또한 똑 부러진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주인공에게 담배를 권하고 함께 음료를 마시고 음악을 들려 주는 이들로 그렸습니다. 제 자신의 경험을 얼마간 이야기에 담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썼고 더 긴 시간을 고치고 새로 쓰고 그랬습니다. ‘나의 경험’에서 나를 빼고 경험만 남겨 놓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했습니다. 소설 속 ‘킴’ 사장님과 담배 한 대 피우면 좋겠습니다.

번역가로서는 직무 유기라 할 수 있지만, 예비 관객 입장에서는 제목만 보고 ‘오? 켄 로치 신작이 나왔어?’ 같은 호기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배급사 내 고참 마케터들은 ‘브랜드 현저성 제고’라는 점잖은 용어로 포장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1990년대 ⟨Head Above The Dirt⟩라는 공포 영화의 제목을 ⟨카메론 디아즈의 더티 섹시⟩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인물이다. 그 작품의 사례는 나 같은 영상 번역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직무적 터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퇴사할 때 제일 마음에 걸린 일이었다. 〈Emanate〉의 한글 제목을 못 짓고 나온 것. 포털 사이트의 영화 정보 페이지에서 아직 〈Emanate〉라는 상영작은 검색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거실에 누워 있을 때면 나는 이런저런 우리말 단어들을 골라 문절로 조합해 보며 적당한 국역 제목을 지어 보고는 했다. 만약 마땅한 것이 떠오른다면 배급사 직원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 양으로. 물론 지난 삼 개월간 아무와도 통화하지 않았다.

회사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자연히 볼록, 그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작년 여름에 입사하여 근속 삼 개월도 못 채운 경영학과 휴학생 인턴사원 김가영. 첫 출근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퇴근일은 잊지 않고 있다. 시월 이십팔 일 금요일.

2023-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2024 종이책『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공저) 출간

웹북 『공동​』​『주변인으로서의 작가』 『지진광』『두릅아줌마 이야기』​​『초요의 숲』​ 『청월마을에서의 결투』 ​출간 

 

jayjh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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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어 있음이 쏟아져 내려, 어느 존재로 완성되었다 minimum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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