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영원히 바깥으로 나갈 수 없으리란 예감이 든다. 바깥은 너무 생경하고,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만이 헤맬 수 있는 곳이니까.
예감은 지금의 어젠다와 정면에서 충돌한다. 모두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화려한 생을 목표로 한다는 어젠다.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이유(를 가장한 책임)가 있기 마련이라는 이 거대한 폭력에 말이다.
‘예비공간’은 충돌에서 파생된 두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삶의 양식이 진실이라면, 그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감각은 과연 어떤 발걸음에서 창발되었는가?
우린 언젠가 돌아갈 곳의 부재가 상태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모든 외계인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스크롤을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첫 게시물에 도달했다. 피리 소리와 함께 조악한 화질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클로즈업 된 모래언덕과 언덕을 깎아내는 스산한 바람, CG로 짜깁기한 외계인의 사체, 51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마을의 표지판이 차례로 나타났다. 스태프로 보이는 이들이 항공사진에 동그라미를 쳤다.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51구역은 기밀 군사 실험 기지로, 40km에 달하는 험준한 사막 지대에 의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 면적은 무려 서울특별시의 두 배에 달합니다.
사뭇 진지한 내레이션이었다. 영상은 추락하며 활활 타오르는 UFO의 사진과, 미군이 수습하였다는 외계인의 유해로 이어졌다.
-이 이방인들이 무슨 연유로 별을 건너 이 지구에 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그들이 실패했다는 거죠.
스산한 바람에 깎이는 모래언덕, 누가 봐도 가짜인 외계인의 사체, 마을의 녹슨 표지판…… 어느새 영상은 처음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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